<햄릿>의 행간과 여백에서 포착한 셰익스피어의 인간론과 포용적 회의주의

오늘날 인간사회는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있다. 이분법과 양극화의 황폐한 이념적⦁사회적 지형 위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앞만, 또는 적만, 보고 달려간다. 그러다가 불현듯 정신적 허기와 공황을 느끼는 시간이 찾아온다. 그런 우리에게 셰익스피어는 정신적 포용성의 가치를 설파한다. 셰익스피어는 단정 짓지 않는다. 상하와 좌우,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그 모두를 품는다. “To be, or not to be”라는 명제 앞에 즉답을 내놓는 대신, 이 존재론적 질문을 가슴 깊이 품고 삶이 답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셰익스피어의 포용적 회의주의다.

이 책은 <햄릿>에 대한 상세한 해설서이자 작품에 구현된 셰익스피어의 인간론에 관한 비평적 에세이다. 셰익스피어 연구자이자 연극학자인 저자는 <햄릿>의 행간과 여백에 새겨진 의미를 읽어내면서, 셰익스피어 비극의 요체인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다. 셰익스피어 인간론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인간적 현상과 본질의 길항, 그리고 미시적 분석과 거시적 해석의 교차를 통해 <햄릿>이라는 매력적이고도 난해한 텍스트를 세밀하게, 또 포괄적으로 독해한다.